이 책은 『명심보감』을 ‘말씀‘이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고 분석한 책입니다. 그리고 한문(漢文)이라는 고대 언어의 학습서로 만든 책입니다. 한문에 대한 문법 정의는 학자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적지 않게 있는데, 이는 그 연구한 학자들이 기초한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며, 고대 언어가 가지는 태초성(太初性)을 한문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현대의 문법으로는 유효한 적용이 불가능한 요소가 많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한문에 대한 문법 정의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한문 문법서에서 어떤 비슷한 류의 구문을 총합적으로 설명하는데, 그중에 어떤 형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며, 어떤 형식은 이미 천 년 전부터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는 것이며, 어떤 구문은 의미는 같지만 별다른 어기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연 설명해 주지 못하는 한, 그 구문에 대한 설명은 문법으로서의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설명의 어려움은 한문이란 언어가 시기별로의 분명한 사용 구분을 나누기 어려운 점에 있습니다. 이는 한문의 한 특성으로 세월에 의하여 변해가는 사람들의 입말을 따라가면서도 태초의 발화구조 역시 버리지 않고 답습하는 방식에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개 언어 학습서는 동일한 구문에 대하여 일정한 풀이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해당 구문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져오는 방법이 설명하는 사람이나 학습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효합니다. 그러나 한문은 분화될대로 분화되어 있는 현대 언어와는 다르게 태초 언어의 분화되기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구조가 문장에 따라 달리 읽혀지기도 하기 때문에 근원에 대한 접근방식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근원적인 설명을 하려다 보니 말이 많아지고 더 많은 예문들이 요구되어져 한번에 마무리짓는 식이 아니라 해당 문장에 가장 적합한 설명만 하고 일부는 남겨 다음에 동일한 구문이 등장할 때 앞의 내용을 축약하고 다시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를테면 어떤 허사들은 10회 이상의 설명이 나오지만 매번 관점과 접근 방향을 달리하여 전개해 나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기술이 자칫 처음 한문을 접하는 사람에게 더 큰 혼란을 빚게 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학업이 이루어진 사람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문 공부라는 게 한 책을 한 번에 끝낼 수 없는 게 기본이라 두 세 번 반복하다 보면 아주 명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비슷한 류의 한국어 문법과 비교 설명함으로써 이해와 학습의 효과를 높이도록 했습니다. 한문과 한국어 유사한 근원을 가지고 있는 구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GPS와 독도법(讀圖法)의 차이입니다. 처음 길을 가는 사람이 GPS의 안내에 따라 몇 번 가 보고는 나중에 그런 도움없이 혼자서 가야 한다면, 매 기점마다 방향이 다시 생각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한번이라도 잘못 접어들면 전혀 다른 곳으로 가게 되거나 아니면 미로에 빠져 버리는 반면, 독도법을 익힌 사람이라면 목표점에 조금 어긋나게 갈 수는 있더라도 전혀 다른 지점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문을 공부함에 있어 어떤 언어에 상관없이 현대 언어의 문법이론에 해박하다면 상당히 효율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문에는 현대 언어와는 개념이 다른 부분이 많아서 피치 못할 틈바구니가 있게 됩니다. 그것은 현대 한국어가 몸통이 되는 단어나 품사에 활용이라는 구멍을 뚫어 다른 품사와 연결시키고 , 또 격조사라는 볼트로 위치를 고정시켜 나가는 일종의 모듈 구조인 반면, 한문은 다수의 크고 긴 구조물이 장부와 같은 이음매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보다 큰 구조로 이어져 나가는 통합형입니다. 한 구조물이 다른 구조물의 부속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지지대의 기능을 함께 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한문이 가지는 태초성의 하나입니다. 한문 문장의 기본은 끊임없는 단문의 연속입니다. 단문의 연속 역시 모든 언어의 태초성일 것입니다. 이러한 단문과 단문의 연속이 수 천년 진화하여, 어떤 단문은 격조사와 같은 부가적인 요소로 퇴화하기도하고, 또 어떤 요소는 활용어미로 다음 문장과 섬세한 결합을 이루게하는 요소로 진화하는데, 한문은 그러한 진화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언어에 있어서 진화란 곧 세분화를 의미하는데, 그런 세분되지 않은 모습으로 하나의 문자가 현대 언어의 다수의 품사나 의미에 걸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걸쳐지는 현상으로 분석하는 사람이 더 자기에게 적합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주장하면 결국은 오류가 되고 말 것입니다. 한문에 대한 현대 문법으로의 분석은 한문이라는 언어에 대한 ‘정의내림‘이 아니라 ‘원활한 이해의 도움‘에 지나지 않음을 우선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도 동사다, 조동사다, 부사다 하고 지정하고는 있지만 ‘동사와 비슷한, 조동사와 비슷한‘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한문을 읽음에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태초성입니다. 이러한 부분들 역시 이 책에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놓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