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세계일주기』재간행에 부쳐
금년은 효정(曉亭) 이순탁(李順鐸) 선생께서 탄생하신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순탁 선생은 새로운 경제학을 서구의 전통에 따라 공부하고,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몇 분 안 되는 근대경제학자 가운데 한 분이시다. 교토대학에서 공부하고 당시 연희전문학교에 부임하신 것이 1923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갑년(甲年)을 훨씬 지난 옛날의 일이다. 연희전문학교는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에서의 근대 경제학의 산실 역할을 하여 온 셈일뿐더러, 이순탁 선생은 백남운, 조병옥, 김도연, 최순주 선생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경제학이 출산될 수 있도록 산파의 역할을 하신 셈이다. 이 책은 선생께서 연희전문학교에서 안식년을 맞이하여 1933년으로부터 세계를 한 바퀴 주유하시면서 틈틈이 기록하여 놓은 기행문으로 1934년 간행된 것을 이번 탄신 100주년을 맞이하여 주석과 해설을 함께 추기로 달아 새로이 상재한 결과이다. 이 책을 선생께서 기술하신 당시는 이른바 전 세계가 대공황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는 데다, 국가사회주의 기치 아래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에서 정권을 잡은 다음, 서서히 열강 사이에 경제협력이 와해되어 나가고, 일본마저 군국주의의 촉수를 만주로 내뻗으면서 전쟁의 구름이 푸른 하늘을 덮기 시작하는 역사적 전환기였다. 이 책에 주해를 붙이고 새로이 내는 지금,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1997년도 세계경제는 도처에서 폭발하고, 금융시장, 증권시장의 불안이 그 비등의 폭을 더하여 나가고 있으면, 세계무역기구의 출범 이후 다자 간, 쌍방 간 무역 마찰과 압력은 점점 그 깊이를 더하여 감에 따라 흡사 이 책의 출간 당시의 정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선생의 백 살 돌을 맞아 이 책을 상재한다는 뜻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오늘날의 세계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역사적으로 되맞이하면서 또 다시 간접적으로나마 이 책의 두 번째 상재에서 거둘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커다란 뜻을 갖는다고 믿어마지 않는다. 염량세태가 바뀌어 가면서 가치관의 빠른 변화가 이루어지는 속에서 선학들의 업적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한 작은 노력의 징표로 이 책을 다시 세상에 내어 놓는다는 뜻을 적으며, 이 책의 주해, 편집, 출판을 맡아주신 김학민 동문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한다.
1997년 11월 후학 윤석범 삼가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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